여행에서 내가 진짜 찾는 것 · 유형 소개
다녀와서 다시 달릴 힘이 차오를 때 잘 다녀온 여행이라고 느끼는 사람. 무엇을 봤는지보다 어떤 숨으로 돌아왔는지가 중요한 사람.
무엇을 보고 왔는지보다, 어떤 숨으로 돌아왔는지가 중요한 사람이에요.
이 사람이 여행을 돌아보는 기준은 조금 특별해요. 몇 곳을 다녀왔는지보다 돌아온 다음 날 아침의 내 상태를 먼저 들여다보지요. 출근길이나 등굣길 발걸음이 가볍고 머리가 맑다면, 그걸로 잘 다녀온 여행이에요. 반대로 무척 즐거웠어도 몸이 무겁게 돌아왔다면, 다음엔 조금 다르게 떠나 보자고 마음먹지요. 짐을 꾸릴 때부터 "이번엔 어떤 얼굴로 돌아올까"를 그려 보는 것도 그래서예요.
그렇다고 늘 조용한 여행만 고르는 건 아니에요. 하루 종일 걸어 다닌 여행에서도, 산을 오른 여행에서도 힘이 차오를 수 있다는 걸 알거든요. 중요한 건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돌아와서 다시 달릴 힘이 남아 있느냐니까요.
여행 첫날은 아직 머릿속이 분주해요. 기차 안에서도 두고 온 일이 불쑥 떠오르고, 괜히 메일함을 한 번 더 열어 보지요. 그래도 서두르지 않아요. 도착한 날 오후엔 동네 뒷산 산책로를 골라 숨이 찰 만큼 올라갔다 내려오고, 저녁은 소박하게 먹어요. 몸은 노곤한데 머리는 이상하게 가벼운 밤이지요. 다음 날 아침엔 산책길에서 마주친 동네 사람과 가볍게 눈인사를 나눌 여유도 생겨요.
사흘째 아침, 커피를 내리다 문득 알아채요. 어제 하루 동안 두고 온 일 생각을 한 번도 안 했다는 걸요. 늘 머리 한쪽을 차지하던 걱정이 슬그머니 자리를 비운 거예요. 남은 여행은 덤처럼 가볍게 흘러가요. 집에 돌아와 짐을 풀며 다음 주 할 일을 적는데, 그 목록이 떠나기 전보다 훨씬 가뿐해 보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