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내가 진짜 찾는 것 · 유형 소개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평소엔 꺼내지 않던 내 모습이 나오는 사람. 여행마다 내 안의 새로운 색을 하나씩 찾아오는 사람.
여행지에서 평소엔 꺼내지 않던 나를 만나고 오는 사람이에요.
집 근처에서는 늘 고르던 것을 고르고, 늘 쓰던 말투로 이야기하지요. 그런데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내리면 어깨가 조금 펴지고 목소리가 한 톤 밝아져요. 평소라면 "나는 그런 거 안 해" 하고 넘겼을 일에도 "여기서라면 해 볼까?" 하는 마음이 슬며시 고개를 들지요. 낯선 거리에서는 아무도 내 평소 모습을 기대하지 않으니, 그만큼 마음이 가벼워지는 거예요.
이건 지금의 나를 벗어 던지고 다른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니에요. 원래 내 안에 있었지만 꺼낼 자리가 없던 모습에 잠깐 무대를 내주는 거예요. 그래서 이 사람은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새로 알게 된 내 모습을 하나씩 챙겨 와요. 여행이 끝나도 그 모습은 사라지지 않고, 조금씩 평소의 나에게 섞여 들어가 일상의 색을 한 겹 더해 준답니다.
여행 둘째 날쯤 되면 이 사람의 걸음이 달라져요. 첫날엔 조심스럽게 지도만 보던 사람이 어느새 그 동네 사람처럼 느긋하게 걷고, 들어가 보고 싶은 가게가 보이면 망설이지 않고 문을 열지요. 점원에게 추천을 묻고, 평소라면 고르지 않았을 메뉴를 웃으며 주문하기도 해요.
저녁에는 숙소 공용 공간에서 처음 만난 여행자들과 둘러앉아요.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몇 살인지는 끝까지 몰라도 대화가 술술 이어지고, 그 자리의 나는 평소보다 훨씬 말이 많아요. 마지막 날 밤에는 창밖을 보며 "돌아가면 아침 산책을 시작해 볼까" 같은 다짐 하나를 조용히 챙겨 두지요. 멀리서 바라본 내 일상에서 바꿔 보고 싶은 게 보이는 거예요.